[기고] 작업 전 안전점검에 생명 달렸다

입력 2016-06-12 17:23  

이영순 <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


산업현장에서 어이없는 사고가 빈발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근로자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1일엔 경기 남양주 교량 아래에서 지하철 터널을 뚫기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 철근콘크리트 벽을 설치하다 가스가 폭발해 근로자 네 명이 숨지고 열 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같은 날 경북 고령의 한 제지공장에서 폐지처리탱크 안에 들어가 청소 작업하던 근로자 두 명이 사망하고 한 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도 발생했다.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사고는 1995년 대구 지하철 공사장 사고(101명 사망)와 비슷하다. 두 사고 모두 밀폐된 지하공간에서 화기작업을 시작할 땐 주위에 가스나 가연성 물질이 있는지 살펴보고 작업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다 사고가 발생했다. 고령 제지공장 사고도 탱크와 같은 공간에 들어가 작업할 땐 산소 농도가 18% 이상이어야 하고, 유해 가스가 존재하는지 확인한 뒤 작업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장에서 위험성을 찾아내 안전하게 작업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만의 몫은 아니다. 모든 책임은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주에게 있다. 사업獵?안전한 작업장을 조성하고 근로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 및 훈련을 시킨 뒤 작업장에 투입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작업 중 있을 수 있는 위험을 측정하고 찾아내는 것은 사업주 및 관리감독자만이 가능하다. 외부에서 비정규직으로 들어온 근로자는 자기 직무 외는 아는 게 많지 않다.

어느 작업을 하든 작업 시작 전과 종료 시점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고가 작업 시작 후 5분 이내에 발생한다. 작업을 시작하거나 마칠 땐 작업 시작 전 안전점검 수칙과 종료 시의 안전수칙, 작업 시작 전후 매뉴얼대로 일을 해야 한다.

모든 위험은 그 자체로 신호를 내보내지는 않는다. 우리가 작업 전에 이를 측정하고 찾아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작업 시작 전 점검을 잊어버리고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위험한 장소에 접근하거나 기계 등의 시동을 걸 때는 가장 핵심적 위험요인을 점검하도록 안내하는 시그널 시스템을 갖춰 부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전에 위험 요인을 점검해 안전한 상태에서 작업하는 걸 습관화해야 한다.

이영순 <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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